

택주형이 학교를 옮기는 걸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단다. 아니 고민이 아니라 가능하면 옮기려 한다. 이제 좀 친해졌다 싶었는데 택주형이 떠나면 꽤나 빈자리가 클 것 같다.
민철이와 나, 현진 누나가 앤아버를 차례로 떠나고 나서 언젠가 앤아버에 전화를 했더니 정희가 남겨져 있으니 엄청 쓸쓸하다고 했다. 아니 거기에 우리 빼곤 다들 남아 있는데 왜 그래- 라고 말했지만 '남겨진 사람'의 기분이 이런건가 싶다. 생각해보니 삶이 떠나고 남겨지고 계속 되는 것 아닌가.
내일 시험이 있는 ST512 공부를 한참 하다가 무언가 내가 매년 해왔던 것을 놓치고 지나갔다는 생각이 났다. 내일이 빼빼로 데이라서 그런가. 하고 곰곰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올해 종서의 기일을 놓치고 지나간 것이 생각났다. 그것도 무려 두 달이 지나서야..
앤아버는 킹스턴과 일곱시간 떨어져 있고 여기는 더 남쪽으로 내려와 앤아버와 열 세시간 떨어져있다. 앤아버를 떠나기 전에 킹스턴에 꼭 들러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게을렀던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신이 없던 것인지 난 종서를 까맣게 잊은채 남쪽으로 내려와 버렸다.
어른이 되면 정말 재미있을거 같아- 라면서 살던 열다섯살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 그때의 기대만큼 재미있는가 라고 묻는건 참 식상한 물음이긴 하지만 별 생각없이 맨날 농구나 하고 오락실을 다니며 (그리고 도서관과 학원도) 신나게 놀던 그 시절에 '꿈'을 이야기하던 그 녀석의 기억은 너무 분명하고 생생해서 '어른이 되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했던 시간을 떠올리면 종서가 언제나 오버랩된다.
그래서 인생에 중요한 마일스톤이 있을 때마다 그 녀석이 떠 올랐다.
나 여자 친구 생겼어! 나 취직했다! 나 유학까지 왔다구. 그리고 지금은 결혼한다구!
종서 것으로 청첩장을 하나 챙겨 놔야 겠다. 어디로 어떻게 보낼지는 모르겠지만 챙기면서 분명히 이야기 하리라. 나 결혼한다. 종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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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얼핏 보면 따뜻한 날씨 사진 같네 ㅎㅎ
오빠 셀카 찍어서 보여줘